맥북의 대 히트로 인해 요즘은 심심치 않게 주위에서 맥(Mac)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1년 전 잡스 옹의 맥월드 키노트를 보고 홀딱 빠져서 바로 맥북 에어를 주문했었죠. 1주년을 자축(?)하며 그동안 맥을 쓰며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애플!

자연스러운 삶
맥을 쓰면서 제일 처음 놀란 것은, Mail이라는 메일 어플리케이션을 켰을 때였습니다. 한 번도 설정한 적 없는 제 gmail 계정이 완전히 설정되어있더라고요. 잘 생각해보니 맨 처음 사용자 등록을 할 때 메일 주소를 넣었던 것이 기억나더군요. 맥을 쓰다보면 이런 작은 친절이 주는 감동을 자주 느낄 수 있습니다.
트랙패드 설정

사용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트랙패드 설정화면



윈도우와 비교해보죠. 휴지통을 열고, 휴지통 비우기를 누릅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파일들이 사라지고 동시에 파인더(탐색기에 해당합니다) 창이 사라집니다. 어차피 휴지통 창을 다시 볼 일은 없으니 사라지는 게 당연한 거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빨간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 데 사라지는 게 좀 일관성없어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윈도우에서는 사라지지 않게 했겠지요.
휴지통 그림

어떤게 낫다기 보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윈도우는 위에서 위성사진을 보며 만들었고, 맥은 사람이 진짜 길을 가면서 만들었다는.

사진 내보내기

iPhoto의 사진 export. 사진 크기를 "크게" "중간" "작게"로 지정한다.



애플 세상에서 느끼는 편안함
맥을 쓰면, 기본 OS 외에도 애플이 만든 - 주로 앞에 i가 붙은 - 프로그램들을 늘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애플이 만든 세상에서 살다보면, 프로그램들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많은 일들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파일 찾기 창에서 iPhoto나 iTunes 안의 내용을 바로 본다든지, iPhoto로 슬라이드쇼를 만들고 iTunes에서 노래를 골라 Quicktime이나 iDVD로 출판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죠. 이 외에 유명한 Time Machine이나 Dash board, Front Row 등도 프로그램들과 긴밀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파일찾기

파일 찾기 창에서 바로 iPhoto 내용을 불러온다.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애플 세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려면 불편한 것이 너무 많다는 거죠. 키보드에 한/영 키나 한자 키가 없다든가 기본 입력기에서 빠른 IME 변환 시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많이 알려져있고요.

게임이나 인터넷 쇼핑 역시 포기해야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핸드폰 관리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사진 저장이나 문자 백업, 주소록 백업 등이 잘 안된다는 점 - 다행히 요즘은 블루투스 덕분에 조금은 사정이 나아졌습니다만 - 등도 있겠네요. 다행히 요즘은 버추얼 머신이나 듀얼 부팅이 잘 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쓸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 "맥 스럽지"는 않은 생활이죠.

사실 제일 짜증이 나는 건 웹서핑을 할 때입니다. 맥에서는 Safari, Firefox, WebKit, OmniWeb 등의 브라우저를 사용하는데요, 확실한 것은 모든 사이트가 다 잘 보이는 브라우저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맥의 문제가 아닌 환경의 문제지만요. 저는 Safari를 쓰는데, 한글입력이 안되는 버그(4.0 beta에서는 고쳐졌습니다)라든가, 오마이뉴스 등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화면 크기가 새끼손가락만해진다든가 하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더 큰 문제는 맥에서 flash의 성능이 윈도우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것 같다는 점인데요. 물론 맥북에어가 그렇게 스펙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플래시가 좀 있다 싶을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윈도우에서의 모래시계)는 수많은 짜증의 원천이 됩니다.

개발자로서의 나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별로 관련 없는 이야기겠지만, unix환경을 끼고 사는 개발자이다보니, 여러 가지 장점도 있습니다. 바로 대부분의 unix program들을 terminal (혹은 iTerm)에서 쓸 수 있습니다. 윈도우에서도 cygwin 등을 쓸 수 있긴 하지만, 기초가 unix에 있는 맥이 훨씬 더 자연스럽습니다. 가끔 네트웍이 안되는 곳에서도 vim,gcc,make 등의 도움을 받아가며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큰 장점이죠.


결국 맥은 애플에 빠져있는 사람들만의 세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맥만 쓰며 살고 싶지만 애플 밖의 세상에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윈도우를 훨씬 더 많이 씁니다.(에어의 성능이 주 업무용으로 쓰기엔 좀 많이 딸리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 세상 속에서만 살아갈 결심을 하면, 꽤나 편하거든요. 굉장히 신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한국도 좀 더 맥-friendly 해져서 연말정산과 인터넷쇼핑을 맥에서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해봅니다. (아 그리고 아이폰도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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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7:35 2009/03/04 17:35